[겨레일보 편집부] 러시아에서 온라인 사기 조직이 국가기관 직원을 사칭해 미성년자를 조직적으로 범죄에 동원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레닌그라드주의 17세 소년 블라드는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한 사기범들에게 한 달여간 세뇌당한 끝에 집을 나가 일주일간 행방불명됐으며, 사기 피해자들의 현금을 수거하는 운반책으로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사한 수법으로 방화와 협박 등 범죄에 동원된 미성년자 피해 사례가 러시아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겨레일보 편집부] 4일, 러시아 제1채널 방송은 온라인 사기 조직이 미성년자를 조직적으로 범죄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실태를 보도했다.
레닌그라드주에 거주하는 17세 소년 블라드는 지난 2월 25일 집을 나간 뒤 일주일간 행방불명 상태였다. 실종 전 블라드는 누군가와 장시간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종적을 감췄다. 집중 수색 끝에 이날 밤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어머니 마리나는 경찰서 창문 아래서 밤새 아들이 풀려나기를 기다렸다. 조사 전 잠깐 아들을 만난 마리나는 '아들이 눈빛이 공허하고 매우 겁에 질려 있었다'고 전했다. 블라드는 어머니에게 '엄마, 너무 무서웠어요. 저는 불법적인 일을 강요당했어요'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 블라드는 사기 조직의 지시를 받아 여러 차례 '운반책'으로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를 돌며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강요받았다. 사기범들은 블라드에게 외투와 안경을 바꿔 착용하게 하는 등 외모를 변장시켜 추적을 피하려 했다.
어머니가 블라드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발견한 메시지 기록에 따르면, 실종 약 한 달 전부터 '알렉산드르 로마노프'라는 인물이 블라드와 지속적으로 영상통화를 해왔다. 사기범들은 블라드에게 등교 전, 버스 탑승 시, 귀가 후 등 일상의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고하도록 했으며, 아파트 내부 구석구석을 촬영하게 해 귀중품 위치를 파악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사기범들은 블라드에게 자신들이 국가기관 소속이라고 속이며 공식 문서처럼 꾸민 서류까지 발송했다. 해당 문서에는 '금융 모니터링 국가기관의 비공식 직원 활동 지침'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일반 시민에게 전문가, 분석가, 컨설턴트로 자원 협력할 것을 요청하는 형식이었다. 문서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명의로 발송됐으나, 실제로는 모스크바주 내무부 형사수사국장 명의로 승인된 것처럼 꾸며져 있어 허점이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모순을 쉽게 간파하지 못했다.
방송에 출연한 심리 전문가는 '사기범들은 강렬한 감정 반응을 유발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무력화시킨 뒤, 단순한 심부름처럼 보이는 행동을 단계적으로 요구한다'며 '청소년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피해는 블라드만의 사례가 아니다. 도모데도보에서는 17세 소녀가 국가기관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부모에게 500만 루블의 몸값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강요받았다. 네프튜간스크에서는 16세 소년이 어머니와 여동생을 형사 처벌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자동차에 방화를 저질렀다. 15세 여학생은 텔레그램 지시에 따라 주유소에 불을 질러 테러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블라드의 어머니는 '사기범들이 블라드가 구조된 이후에도 해당 계정으로 연락을 해와 '블라드는 2주 동안 우리를 위해 일했고, 착한 아이였으며, 우리를 부모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콜센터 방식에서 텔레그램 계정을 활용한 방식으로 수법이 진화했으며, 해당 조직은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는 범죄 집단으로 의심받고 있다. 블라드는 현재 구금 상태이며, 향후 구금 여부 등 처우가 결정될 예정이다. 수사관들은 사건의 전말과 함께 범행을 가능하게 한 환경적 요인을 조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