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일보 편집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을 접견해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혀 있던 헝가리계 이중 국적자 2명을 즉시 석방하기로 합의하고, 우크라이나의 드루즈바 송유관 차단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가 1월 말부터 5주째 헝가리·슬로바키아 방향 원유 공급을 차단한 가운데, 양국은 손상 여부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독립적 현장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키이우는 이를 거부하고 있어 EU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겨레일보 편집부] 2026년 3월 4일, 러시아 제1채널 방송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헝가리계 러시아군 포로 석방 문제와 에너지 공급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이번 모스크바 방문의 두 가지 핵심 목표 중 하나로 헝가리계 전쟁 포로의 귀환 문제를 꼽았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가 자국 시민을 강제 동원해 러시아와의 전쟁에 투입하고 있는 나라다. 우크라이나 국적도 함께 보유한 자카르파탸 지역의 헝가리계 주민들이 이중 국적을 이유로 강제 징집돼 전선에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일부는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혀 있는 상태다.
시야르토 장관은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혀 있는 헝가리계 군인들을 석방해 달라"고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에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오르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같은 요청이 있었다"며 "강제 동원된 이중 국적자 2명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관이 타고 온 비행기에 두 사람을 태워 부다페스트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드루즈바(우정)' 송유관 차단 문제였다. 우크라이나는 1월 말부터 약 5주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방향으로의 드루즈바 송유관 원유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송유관 일부 구간이 손상됐다며 수리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를 정치적 결정에 따른 차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위성사진을 직접 확인한 결과 송유관에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에 연료를 공급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손상이 지하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독립적인 유럽 참관인들의 현장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U 외교관 및 관리 5명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일부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EU 회원국 정부와 유럽위원회도 키이우에 참관 허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도 러시아의 전면 침공 4주년을 맞아 키이우를 방문했을 당시 드루즈바 송유관에 대한 독립적 피해 평가를 위한 접근권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해 디젤 공급을 일시 차단하고, 헝가리는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900억 유로 규모의 신용 대출을 저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내부 비축분으로 약 3개월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 인접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전력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전력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야르토 장관은 "헝가리가 필요로 하는 탄화수소, 즉 천연가스와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받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며 "에너지 공급 덕분에 공공요금을 낮출 수 있어 헝가리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였으며, 앞으로도 모든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회담은 한 달 후로 예정된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재집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시점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